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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너리 잡지에 소개된 더이레츠(김호현 대표)

마마누아 부족과의 추억
writer 김호현 더이레츠 대표

2006년 2월 17일, 필리핀 레이테 섬, 세인트 버나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로 인해 긴사우곤 마을 주민의 2/3가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소수민족 마마누아 역시 삶의 터전을 잃었다. 기아대책기구(KFHI)는 마마누아 부족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6년 5월 마마누아 부족의 새 보금자리를 만들 마스터플랜을 구성해줄 건축가가 필요하다는 기아대책기구의 요청을 받고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월 15일부터 5월 19일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이었지만,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3일 정도였다. 
도착 당일 마마누아 부족이 이주할 땅을 구입했고 수풀이 무성한 땅에서 3일 안에 마을 하나를 구성해야 했다. 낮에는 마마누아 부족장과 기아대책 기구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를 이어갔고, 밤에는 숙소로 돌아와 손으로 도면을 그렸다. 이주 예정인 마마누아 부족은 서른세 가정으로, 구입한 땅의 대지정리 (site cleaning)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이는 마을 건축작업에 참여한 부족민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기아대책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남자들은 나무를 자르고 여자들은 풀을 베고 식사를 준비하며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나무와 쓰레기를 나르는, 그리고 젖먹이들은 코코넛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 풍경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이주예정지에 자리 잡은 코코넛나무는 열매와 나뭇잎 등이 마마누아 부족의 생업 수단이 될 수 있기에, 최대한 유지하며 마스터플랜을 구성했다. 나무의 위치를 발걸음으로 재어가며 도면을 그리던 중 손에 들린 볼펜을 보니 어느새 뚜껑이 사라져 있었다. 수풀속에서 뚜껑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나는 뚜껑없는 볼펜을 들고 술소로 돌아와야 했다. 

다음날 일찍 현장을 찾았을 때, 마마누아 부족은 이미 작업 중이었다. 인사를 건내며 나도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였다. 한 사람이 무언가 들고 다가와 내게 건네주었다. 다름 아닌 어제 찾지 못했던 볼펜 뚜껑이었다. 손에서 손으로 볼펜 뚜껑이 건네진 그 찰나, 이 순간이 내게는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멈춰져 있다. 무수한 풀더미 속에서 나의 손으로 돌아온 볼펜 뚜껑에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이들의 눈빛과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막중한 책임과 소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작은 건축가의 모습으로 그곳에 도착했는데, 그들에게는 한 명뿐인 소중한 건축가였다.

필리핀에서 짭은 여정으로부터 1년여가 지났을 때, 마을 입주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지에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사진 속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 계획했던 건축물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내가 공부한 건축을 더욱 많은 이들과 나누게 되기를 소망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그때를 떠올리며 건축의 길을 걷고 있다. '선배'하는 호칭을 더 많이 듣는 나이가 된 나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9년전에 '더 이레츠'라는 건축회사를 설립하고 여러 건축가들과 함께하고 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기억의 장면이,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지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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